나는 동남아시아 주재원입니다.
한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의 중견기업 법인장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4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처음에 동남아시아로 발령을 받았을 때 2년 내에 완료하기로 계획되었던 일들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 본사에서는 ‘너희들이 현지에서 하는 게 뭐가 있냐, 동남아에서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냐, 너네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 공장에서 야근은 왜 그렇게 많이 하냐.’ 등등. 매주 화상회의 때마다 빠지지 않고 4년째 이 얘기들을 듣고 있습니다.
*숙소에서 내려다 본 전경
정말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맨땅에 헤딩하듯이 현지 법인을 만들고, 사무실과 전시실을 만들고(전시실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현지에 아웃도어 관련 전시가 있을 때마다 전시장에서 사용할 리플릿을 만들고 부스도 제작했습니다. 이 일들을 처리할 때마다 제 몸이 화 때문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전시장에서 사용할 리플릿의 로고 색상이 우리의 로고와 다른데도 같은 로고라고 우깁니다. 색상이 다르다고 얘기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싶어서 화를 넘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음 해 전시에서 작년의 시안을 약간만 편집해서 인쇄를 하려고 하는데, 원본 파일이 없는 겁니다. 한국에 복귀한 당시 담당 직원은 그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작업을 한 디자인 회사는 연락이 되질 않았습니다. 디자인을 다른 곳에 맡기면 비용이 추가되고, 맡긴다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한 그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또 스트레스를 받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리플릿의 경우보다 전시실의 경우는 더 기가 막힙니다. 제가 법인장으로 발령받기 전 본사의 경영지원실 팀장이 현지에서 공장과 사무동의 부지 계약과 시공사 선정 및 공사 착공까지 진행을 했습니다. 제가 현지에 도착해보니 공장과 사무동은 완료가 되었는데, 전시실은 시작도 되지 않았었습니다. 도면도 평면도랑 허가용 건축 도면만 있고, 사무동과 전시실에 대한 인테리어 도면 자체가 없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사무동과 공장은 건축 도면으로만 공사를 한다고 해도 전시실은 디자인 도면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습니다. 시공자들은 공사범위에 전시실이 포함되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인 건설사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되질 않았습니다. 건설사를 소개해준 부동산에 연락을 했더니 그 건설사 사장은 베트남 건설사에서 커미션을 받는 영업 사장이었다고, 자기도 그 건설사 사장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이 일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그건 전시실의 공사비 때문에 불가능할 듯 합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왜 번번이 하는 일마다 이렇게 꼬이는지.. 너무 힘이 듭니다.
[<유튜브 바로가기> 건축문화탐색 프리퀄01 - 나는 동남아시아 주재원입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ZdduI8yNyRk)
나는 17년차 경력의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작년에 1인 디자인 기업을 창업한 42살의 17년차 시각 디자이너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서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디자인 회사를 다니면서 석사학위도 땄습니다. 마감일이 다가오면 밤샘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와중에도 나중에 독립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학교 강의라도 나가려면 박사과정에라도 있어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들어간 박사과정이 2학기를 채 넘기기도 전에 회사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대학 학자금 융자 다 갚고 석사 등록금 내고, 박사까지 시작하느라 모아놓은 돈도 없이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인 상황인데, 입사지원서를 넣은 회사들에서는 연락이 오질 않았습니다. 경력이 많으니, 편집디자인 바닥에서 연봉은 높고, 손은 한참 때보다 느릴 것이고, 아이디어는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하는 40대의 이력서는 디자인 용역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한국의 디자인 전문 회사에 매력적일 리가 없습니다.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퇴근할 때마다 매일 울면서 운전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앞이 너무 깜깜했거든요.
면접을 보는 동안 프리랜서로 작업한 일들이 인연이 되어 사업자를 내고 어영부영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1년을 넘기면서 생각해보니, ‘처음에 사업자를 냈었던 1인 출판사의 편집 일들은 그나마 좋은 일이었다.’ 싶습니다. 10만 원에 자기 회사의 로고 타입과 명함까지 만들어 달라는 사람과 외국의 유명 향수 브랜드 패키지를 들고 와서 그대로 자기 회사 로고로 만들어 달라는 사람, 처음 상담에서 유난히 꼼꼼하게 묻는다 싶더니 그 아이디어로 간판, 메뉴판, 로고 타입까지 어설프게 흉내 내어 브랜드를 만든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님까지... 이들에게 디자인 견적서를 내밀 때마다 들었던 얘기는 “비싸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