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모임이 끝나고 바로 유명한 부동산 어플을 다운받았다. 지하철 광고판에서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름이 묘하게 웃겨서 그냥 지나쳤었던 그 어플이었다. 어플을 켜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아파트부터 검색했다. 출퇴근할 때마다 매일 지나치던 아파트 단지들이 화면에 줄줄이 뜨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단지였는데 단지 위에 가격이 붙으니까 전혀 다른 얼굴처럼 느껴졌다.

저자가 알려준 대로 매매가만 보는 게 아니라, 전세가와 전고점도 같이 확인했다.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편리했다. 그리고 나서 거래 내역 리스트를 쭉 확인해보았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야무지게 내 집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니 놀랍기도 하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고시원으로 돌아와서도 곧장 노트를 펼쳐서 배운 내용을 어플과 번갈아 보면서 정리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전세가율도 헷갈리고, 전고점이 언제 의미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헷갈리는 것 투성이었다. 그냥 내 눈엔 죄다 비싼 금액인 것만 같았다.
부동산 카페에 들어갔더니 오늘 같이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올린 후기가 몇 개 있었는데 숫자를 봐도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위안이 되었다. 이제 첫 발을 뗀 건데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지. 스스로 다독이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무엇보다 숫자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근길에 한 번, 퇴근하고 나서 한 번. 이렇게 하루에 최소 2번은 어플을 보기로 했다. 무작정 많이 하려고 욕심 부리다가는 분명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았다.
계속 본다고 해서 갑자기 뭔가 이해되지는 않겠지만, 며칠 지나지 솔직히 슬슬 지루해졌다. 아침에 보나 저녁에 보나 숫자에 큰 변동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프도 딱히 움직이지 않았다. 이걸 계속 보는 게 맞나?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은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시간을 쓰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어플을 안 보면 괜히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건 어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 딱 1주일이 됐을 때였다.
어플을 켜는 게 좀 익숙해지자 모든 아파트를 다 보지는 않게 되었다. 지도에서 늘 먼저 찾게 되는 단지가 생겼다. 가격이 특별히 싸지도, 최근에 거래가 활발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 집부터 확인하게 되었다. 최근 거래 내역을 눌러보다가 며칠째 아무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어플을 닫았다. 오늘도 별일은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별일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가격이 튀거나 거래가 몰리는 날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 일 없는 날들이 계속되는 것을 볼 때면 이 아파트의 평소 가격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