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걱정마디자인이었다. 직원은 현재 ‘무료 현장상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꼭 신청해서 지원 혜택을 받으라고 말했다. 퇴근하자마자 곧장 고시원으로 와서 이벤트 내용을 확인했다. 디자인M에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한 뒤 셀프견적을 내보고 ‘상담하기’ 버튼을 누르면 되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선착순 20명이라는 말에 조바심이 난 나는 서둘러 디자인을 선택하고 셀프견적을 낸 뒤,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한 3일이 지났을 무렵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흘쯤 뒤 무료 현장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혼자 고민하던 것들을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놓였고, 낙찰받은 집을 보고 받았던 스트레스가 그제서야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며칠 뒤 걱정마디자인 디자이너와 빌라 현장에서 만났다. 낡은 벽지와 오래된 싱크대, 그리고 살짝 눅눅한 공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력이 25년이 넘는다는 디자이너는 도착하자마자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구조가 생각보다 괜찮네요.” 한 번 둘러볼 뿐이었는데도 구조 파악이 바로 된다니 신기했다.
디자이너는 레이저를 꺼내더니 곧장 실측에 들어갔다. “거실 폭이 3미터 조금 넘네요. 상담신청에 남기셨던 것 보다는 넓네요.” 디자이너는 꼼꼼히 메모를 하면서 창문 위치와 벽 길이를 하나씩 기록했다. 나는 모든 게 처음이어서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주방으로 이동한 디자이너는 낡은 싱크대 문을 열어봤다. “하부장은 아직 상태가 괜찮네요.” 나는 조금 놀랐다. “다 교체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디자이너는 고개를 저으면서 “전체 교체도 가능하지만 예산을 생각하면 도어는 인테리어 필름으로 마감하고, 상판, 싱크볼, 수전만 바꿔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요.”라고 설명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괜히 마음속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욕실로 들어간 디자이너는 타일을 손으로 살짝 두드려 보더니 말했다. “기존 욕실이 덧방으로 시공된 게 아니므로, 예산이 빠듯하시면 타일만 덧방으로 시공하시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구축은 전체 철거하면 비용이 꽤 올라가거든요.”

디자이너는 벽 아래쪽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툭, 툭.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왜요?” 디자이너는 잠깐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여기 벽지 안쪽에 습기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순간 놀랐다. “습기요?” 나는 그 벽을 한참 바라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오래된 벽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벽지 모서리를 살짝 들어보더니 말했다. “원인을 조금 더 확인해봐야겠어요. 아마 외벽 쪽이라서 겨울에 결로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건 벽지 다시 바르기 전에 누수 여부와 단열 상태를 확인해야 해요. 결로라면 원인에 맞게 단열을 보강하거나 환기와 습도 관리를 개선해야 하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혼자였다면 이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괜히 전문가와 상담을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측이 끝난 뒤 디자이너는 “이 집은 크게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공간을 정리하는 방식이 좋아 보여요.” 라고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면 벽지는 밝은 톤으로 바꾸고 높이가 낮은 몰딩과 걸레받이를 사용하면 천정고가 높아 보이고 공간이 훨씬 넓어 보여요.” 디자이너는 벽과 주방, 욕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대한 자세하고 쉬운 단어로 설명해주었다. “벽지는 밝은 톤으로 가고 조명은 돌출형 보다는 매입등을 넣으면 훨씬 넓어 보일 거예요. 아, 그리고 현관도 신발장만 정리해도 첫인상이 훨씬 좋아질 거예요.”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 집은 전체 리모델링보다는 핵심만 정리하는 게 좋겠네요.”
“다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인터넷에서는 무조건 전체 철거를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아서 혹시나 무조건 금액을 크게 부르지는 않을까, 억지로 결제를 강요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비용 걱정이 컸었는데, 마음 졸였던 걱정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현장상담이 끝났을 때 나는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져 있었다. 며칠 동안 혼자 고민할 때는 막막했는데 누군가 집을 하나씩 설명해주자 길이 보이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