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에게 서울 근교 여행을 가이드 해 준 일이 있다.
우리의 여행 경로는 임진각과 파주 헤이리를 거처 일산의 한국인 친구를 픽업 후 대부도에서 1박을 하고 시화호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는 임진각을 둘러보며 한국전쟁과 분단에 대한 내 생각들을 진지하게 듣고 싶어했고, 외국인의 이러한 관심이 신기하고 낯설고 고마운 한편 ‘자신은 신문을 보지 않아 한국의 분단에 관한 의견이 없다.’고 말하던 어떤 대학생이 떠올라 착찹한 마음이 들었다.
시화호를 둘러보고 안산에서 우리의 1박 2일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외국인 친구가 내게 안산은 언제 가냐고, 안산에는 볼 것이 따로 있어서 가는 것인지 물었다. 나는 이 곳이 안산이고, 시화호 근처라 식사를 하기 위해 안산에 온 것이라고 말하자 그 친구는 여기는 일산이 아니었냐고, 자기는 일산과 너무 똑같아서 어제 왔던 일산을 다시 온 것이라 생각했다고… 그리고 또 이렇게 묻는다.
한국의 도시는 모두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지, 한국의 주택은 아파트만 있는지, 드라마에서 본 한옥이나 주택은 이제 한국에 없는지… 이 친구가 똑같다고 느낀 도시의 공통점은 한국의 초기 계획 신도시들이라는 것이다.
계획도시는 1960년대 대도시의 인구 과밀화와 공업단지 활성화를 발단으로 신도시를 구상함으로 시작되었다.¹ 초기 신도시는 대도시 인구의 분산 및 국민 주택 보급을 통한 주택 시장 안정화 등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이렇게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도시 구조를 양산하는 신도시 사업은 시민의 생활은 배제된 채 도면 속에서 숫자로만 검증하는 도시가 되어 주택 지역의 상업화로 인한 주차난, 공원 등의 생활 녹지 부재, 보행동선 및 자전거 도로 등의 부재 등 또다른 도시 문제를 만들었고, 주택이 거주의 의미가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투기 시장의 상품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이렇듯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왔으나, 아래의 그림을 통해서도 한국의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도시들이 삶의 질을 만족시키는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이야기와 서사(내러티브)가 담긴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들에게 익숙한 도시 계획은 낡고 좁은 길과 오래된 건물은 부순 후 높은 진입의 턱이 있는 높고 높은 빌딩을 만드는 계획으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