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과 경제규모의 성장으로 인해 1960년대에 54세 정도이던 평균수명이 2015년엔 82.6세¹로 30년 이상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2040년의 기대수명은 90세로 60년대에 비해 평균수명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늘어난 평균 수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는 경제력, 원만한 인간관계, 정서적 지원 등의 비율이 크게 나타났으며, 이외에도 학업성취, 건강, 여가생활 등이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하는 요소로 포함되었다.²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2018년 한 해 동안 국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은 TV시청(71.8%), 인터넷검색(36.7%), 쇼핑·외식(32.5%)의 순으로 미디어를 이용한 여가활동 비중이 높다.³ 우리의 여가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디어 시청을 통해 우리는 소비, 생활 양식, 행동 패턴, 가치 구조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의 미디어들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제품과 매장 등의 광고를 시청자들에게 쏟아 붓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보편적이고 표준화된 이미지를 무의식에 담게 된다. 이러한 표준화 이미지들을 무의식에 담은 우리들은 SNS를 통해 또 다른 소비시장의 미디어 생산자가 되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라이프스타일은 이런 거야.”라는 자기 과시적 이미지들을 공유하여 마치 기업의 직간접 광고들이 우리 삶의 기준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나다의 스테빈스 교수의 유형분류에 따르면 우리들이 주로 여가를 보내는 미디어 시청은 ‘일상적 여가’⁴의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일상적 여가 ’란 별다른 노력이나 특수한 훈련이 필요 없으며, TV 보기 등의 미디어 시청이 대표적인 ‘일상적인 여가’의 영역에 속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가 활동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디어 시청과 인터넷 검색, 쇼핑 외식 분야는 마케팅의 영향력이 극대화되어 있는 분야로 아래의 기사를 보면 사람들은 미디어 시청을 통해 각인된 무의식을 통해 ‘원하는 것이 곧 필요한 것’ 이라고 일상적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직간접 광고를 ‘일상적 여가’ 활동을 통해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조선비즈(좌), 파이낸셜투데이(우)
“2014년 말 이케아 광명점이 오픈한 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가구업체가 아니라 용인 에버랜드다" 라는 말이 회자된다.
과거라면 용인 에버랜드는 테마파크이고 이케아는 가구점, 둘이 '경쟁상대'로 묶일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역 파괴의 시대.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인테리어 테마파크 이케아 광명점은 주말 에버랜드로 항하던 방문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스타필드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대, 온가족의 분산된 니즈를 '압축적'으로 만족시키며 "스타필드 하남 한곳만 들르면 된다." 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공원, 야구장, 마트로 향하던 이들을 흡수하고 있다.”⁵
하남의 스타필드는 전세계적인 쇼핑몰 전문 운영기업인 '터프먼'사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복합쇼핑몰 중 2022년 기준 최대 규모인 연면적 46만㎡, 매장면적 15만 6,000㎡으로 2016년 오픈했다.⁶ 오픈 당시 전 가족 구성원의 니즈를 아우르는 쇼핑 테마파크로 마케팅 하였으며, 펫과 함께 쇼핑이 가능하고, 제네시스, 테슬라의 자동차 컨셉 스토어와 아쿠아필드, 찜질방 등의 다양한 앵커테넌트를 구축함과 동시에 400여 미터 이상의 천창을 통해 자연 채광을 인입, 실내 흡연 구역 조성 등을 통해 쇼핑객의 쇼핑몰 내 점유 시간을 5~6시간으로 연장하였다.
2021년 코로나 시국에 개점한 여의도의 ‘더 현대’는 개점 당시부터 포레스트 컨셉의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개점 1년 6개월이 훌쩍 지난 현 시점까지 내방객이 끊이지 않으며 매출 또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더 현대’에는 전통적으로 백화점에는 항상 있는 3대 유명 명품 브랜드 매장이 없으며, 대신 20~3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인 매장이나 스웨덴의 “아르켓’ 등의 매장이 주요 테넌트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결과로 ‘더 현대’의 일평균 5만여명의 방문객 중 65%가 MZ세대⁷라는 현대백화점의 발표는 기존의 백화점의 시장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각 기업이 조성하는 쇼핑 테마파크나 백화점은 몰의 외관, 주차장과 쇼핑몰의 거리, 고객의 동선, 몰과 화장실의 상관 관계, 몰에서 내방객의 걷는 속도와 쇼핑의 관계, 푸드코트의 사용 빈도에 따른 내방객의 만족도, 피로도가 낮은 조명과 조도, 상주 시간을 늘리는 인테리어 등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공간을 만들어내며, 정교한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무의식에 공간을 각인시킨다. 몇 만명이 방문하여 5~6시간을 보내고 비용을 지불하는 쇼핑 공간도 이렇듯 치밀하게 동선과 방향과 사용자의 니즈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는데, 몇 십만의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며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우리의 도시와 건축은 사용자의 니즈와 이야기들에 대해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쇼핑몰들이 고려하는 이 요소들의 만분의 일이라도 우리가 도시를 기획할 때 사전에 검토하고 이야기들을 모아서 반영한다면, 그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터전을 잃지 않고 그 도시에서 또다른 이야기들을 만들면서 살아간다면, 시민들의 여가 활동은 더 이상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소비만 하는 구조가 아니라 조금 더 주체적으로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형식으로 변화하지 않았을까.